소리

하성땅 하선배가

작성일
2010-07-06
이름
UID_admin
조회 :
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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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땅 하선배가 (617)
창선면 오용, 2004년 9월 19일, 배갑선(여 79)

하성땅 *하선배가[하선비] 정기정으로 *장개가니[장가드니]
*구합[궁합]에도 *못갈 장개[못갈 장가] 책력에도 몬 갈 장개
*뿌둑뿌둑[빡빡 우겨서] 가는 장개
머리 센데 먹칠하고
살 진 *낱에[얼굴에] 분칠하고 이 빠진 데 대못 걸고
우둑뿌둑 가는 장개
*한모링이 돌아가니[한모퉁이 돌아가니] 가마대가 휘청휘청
에라 이것도 방정일세
EH 한모리 돌아가니 *까마구[까마귀] 깜딩 깍깍 울고
에가 이것도 방정일세
한모리 돌아가니
난데없던 *피랭이 씬[패랭이 쓴] 놈이 *달라덤서[달려들면서]
어디 땅 손님이오
하성땅 하선배가 정기정으로 장개가네
정기정을 가시거든 *펜지[편지] 한 장 받아 보소
한 손으로 받은 펜지 두 손으로 펴어보니
신부 죽은 펜지로다
아버지도 돌아가소 *삼춘도[삼촌도] 돌아가소
*아아[아이] 종아 말 몰아라
*이황지[이왕지사] 온 걸음에 내나 갔다 *올겄소[오겠소]
한 방문을 들치리니 보리섬이 *노제있고[쌓아놓았고]
한 방문을 들치리니 나락섬이 노제있네
신부 죽은 방문 우에 흰 나비가 복 입었네
왔네 왔네 내가 왔네 자는 듯이 누웠구나
둘이 깔자고 *집운 요를[기운 요를] 혼자 깔고 누웠구나
둘이 베자고 집운 베개 혼자 베고 누웠구나
삼단 같은 저 머리는 머리끝을 등에 업고 누웠구나
둘이 덮자고 집은 이불은 혼자 덥고 누웠고나
새별 겉은 저 요강은 웃목에 미트러놓고 누웠고나
일어나게 내가 왔네
아내 받았던 밥상을랑 *개나리밥[사자밥]으로 마련하소
내 받았던 큰상일랑 *삼오지로[삼우제] 마련하소
갈래 갈래 나는 갈래
사우 사우 내 사우야
이황지 온 걸음에 하롯밤만 자고 가소
*맹엣대[맹아주 지팡이]를 *손에다[손에다] 들고
훠얼헐 털고 내 갈라요

※ 사주팔자에 없는 장가를 억지로 가기위해 친영(親迎)길에 나섰는데 갖가지 불길한 징조가 나타난다. 그렇게 가다가 마침내 신부가 죽었다는 편지를 받았고 함께 가던 상객(上客)들은 돌려 보내고 자기 혼자 처가로 가서 신부의 주검을 보게 된다.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신랑은 하룻밤만 자고 가라는 장인 장모의 손을 뿌리치고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이 민요와 비슷한 내용의 민요를 앞에서도 소개한 바가 있는데 거기에서는 신랑이 초례청에서 죽지만 여기서는 신부가 죽었다는 점이 다르다. 전통적인 혼례에서 사주와 궁합을 중요시한 우리 민족의 풍습을 엿보게 하는 민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