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시집갔던 칠 일 만에 서방님은 가게가고

작성일
2010-07-06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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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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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갔던 칠 일 만에 서방님은 가게가고 (445)
서면 대정, 2005년 1월 20일, 김정례(여 72)

시집갔던 칠 일 마에
서방님은 *가게 가고[과거시험 치러가고]

시어머니 거둥을 보소
*양석[양식]을랑 *젝기[적게] 줌서 밥 작다고 *호롱치요[호통치요]
시아부지 거둥을 보소
*생솔갱이[생솔가지] 처다줌서 밥 늦다고 호롱치요
시누님은 거둥을 보소
찬값을랑 아니주고 찬 *음다고[없다고] 호통치요
시누님은 거둥을 보소
찬값을랑 아니주고 찬 *음다고[없다고] 호통치요
그리저리 몬 살아서 *씬중놀이나 [비구니 노릇이나] 내갈라고
깎아주소 깎아주소 요내 머리 깎아주게
머리야 깎제마는 근본이나 알고 깎세
*이러골로[이런처지로] 깎는 머리 근본 찾고 *깎겄는가[깎겠는가]
깎아주게 깎아주게 요내 머리 깎아주게
한 귀때기 *깎고난께[깎고나니까] *오시랖[오지랖]이 다 젖었네
두 귀때기 깎고나니 앉았던 자리도 강이 됐네
깎고깎고 머리 깎고 씬중놀이나 내 갈라요

열두 폭 큰 치매를
한 폭 뜯어 전대 짓고
두 폭 뜯어 바랑 짓고
세 폭 뜯어 *꼬깔[고깔] 짓고
한 곡(谷)으로 넘어가니 바람 소리가 우렁우렁
두 고개라 넘어 가니 *몰[말] 방울 소리가 나는고나
삼지 세 곡 넘어가니 가게 갔던 님이 오네
아홉 *성제[상좌승] 거느리고
가게 갔던 님이 오네
아홉 상자는 다 절허는데 중 *한나이[하나가] 절 안허네
*중우[중의] 절이 *흔체마는[흔하지만] 임을 보고 절 허겄소
말 우에라 있던 임이 말 밑으로 뛰어내리
요내 *홀목을[팔목] *금치잡네[거머잡네]
가자가자 도로가자 오던 *질[길]로 도로가자
*줌[주먹] 밖에라 노던 홀목이 줌 안으로 달라드네
동해 *겉은[같은] 니 얼굴이 미나리곷이 피었구나
가자가자 도로가자 오던 질로 도로가자
이왕지도 깎은 머리 십 년 공부 *허고 갈라[하고 갈래]
가기는 에렵잖은데 당신네 부모가 받아주지 않으끼요]
가소가소 어서가소
당신 갈 길은 천리라도 내 갈 길은 수천 리요

집이라고 돌아로니
그 사람은 *어데[어디]를 가고 아부님이 말죽 *씨요[쑤요]
그 년 *바라[봐라] 저 년 바라
어제그제 있던 년이 *새복[새벽]날에 도망갔다
*어무니[어머니] 그 사람은 어데를 가고 어무님이 밥을 짓소
그 년 바라 저년 바라
어제그제 있던 년이 새복날에 도망갔다
*동추야[동생아] 너그 올케 어데 가고 니가 청소 다 허느냐
그 년 보소 저 년 보소
어제그제 있던 년이 새복날에 도망갔소
어무니가 지은 밥상 *디리논걸[들여 놓은 걸]
그 자리서 밀치놓고
*아룻방[아랫방]에 내려가서 *차라보니[바라보니]
입던 치마 벗어 걸어놓고
둘이 *베잤고[베자고] 집은 베개 벨 듯이나 밀치 놓고
둘이 누잤던 질요강은 발길마당 밀치 놓고

그 아들이 *벵이[병] 나서
그 *벵[병] 의석을 못허것네
*이술[의술(醫術)]이나 다 모다도 그 벵 이각[병이 나음?]을 못 고치고
무당이라 다 *모도여도[모여도] 그 병 이각은 몬 고치네
어무니도 *여그 안지소[여기 앉으소] 아부니도 *여간지소[여기 앉으세요]
요내 병을 *곤칠라컬랑[고치려거든] 절 고랑으로 편지 허소
그리저리 벵이 나서 그만 이각 못 허는데
동네 사람 앉히 놓고 요내 몸이 죽거들랑
앞산에도 묻지 말고 뒷산에도 묻지 말고
절고량에 묻어주소

※ 여성민요 가운데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시집살이요’ 이다. 시집을 가자마자 남편은 과거시험 준비를 하기 위해 서울로 떠난다. 그 날부터 시집 식구들의 구박이 시작되었고, 참다 못한 며느리는 머리를 깎고 중이 되었다. 아홉이나 되는 상좌승(上座僧)을 거느리고 시주를 다니다가 과거에 급제하고 금의환향(錦衣還鄕)하는 남편의 행렬을 만나게 되었다. 상좌승들은 모두 절을 하는데 자기는 절을 하지 않았다(부부간에는 절을 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풍속이다). 마침내 자신을 알아본 남편이 말 위에서 뛰어내려 집으로 돌아가자고 하지만 중이 된 아내는 거절한다. 집으로 돌아온 남편에게 가족들은 아내가 야반도주를 하였다고 속이지만 모든 걸 아는 남편은 말이 없다.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곳곳에 남아있는 아내의 흔적들을 살피던 남편은 마침내 상사병(相思病)이 들어, 자기가 죽으면 아내가 있는 절 근처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기며 죽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