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장가 못 갈 팔자

작성일
2010-07-06
이름
UID_admin
조회 :
1202
  • 장가 못 갈 팔자-원.jpg
  • 11.장가못갈팔자.wma

장가 못 갈 팔자
서면 작장, 2007년 10월 30일, 곽중삼(남 79)

얼씨구나 지화자자 아니놀지는 못하리라
남해읍에 *에독신이[외동아들이] 진주읍에 박처자를
*듬서보고 남서보고[드나들면서 보고] 중신을을 *걸었더네[맺았다네]
앞집에는 *책릭[책력]보고 뒷집에는 *구합(궁합)보고
구합봐도 아니맞고 책릭봐도 아니 맞아
그러나 저러나 가본다고 한나 재를 넘어서니
난디없는 *진짐생이[긴 징슴/뱀] *질[길]을 끊고 울고 가요
아부님네 저걱보세요 저것도 *마정[막는 일]인가
장가 못갈 날이로다
아애야 *야야[얘야] 그 말 마라
산짐승이 *오데로[어디로] 안가
그러나 저나 가본다고 둘째 곡을 넘어가니
난디없는 까마귀새끼 질을 끊어 울고 가네
아부지 저것보소 저것도 마정인가
애야 야야 그 말마라 산짐생이 어델 안가
그러나 저나 가본다고 셋째 고갤 넘어가니
난디없는 진짐승이 질을 끊어울고 가네
저것도 마정인가
장가 못갈 날인가 보요
그러나 저러나 가본다고
*재엔네 살빡[장인네 사립]을 들어가니
*상각[상객] 탄 큰 말다리 툭 *뿔라진다[부러진다]
*대리판[초례청]에 들어서니 신랑머리가 아푸고나
겉머리가 살살 아파 속머리가 패는구나
꼬꾸만한 *예삐당[처자의 방]에 단장하는 박처자야
입던 *처마[치마] 벗어들고 보선발로 뛰어나와
웃 선반에 큰 칼 *내라[내려서]
큰 함태기 물을 떠서 신랑머리를 눌러다오
한 번 절싸 헛사하니 *열손구락[열손가락]이 *명이 가고[죽고]
두 번 절싸 헛사하니 허리 *울로[위로] 명이 가고
세 번 절싸 헛사하니 *막죽[마지막] 갔네 그만 갔네
얼씨구나 절씨구 지화자 절씨구 아니 놀지는 못하리라
임 줄라고 지은 밥은 *개나리밥[사자밥]으로 돌라주고
임 줄라고 지은 술은 상두꾼 술로 돌라주고
임 줄라고 지은 베는 혼백으로 돌려주소
담 너메라 구경꾼들 담 안에라 구겡꾼들
짓고 가소 짓고 가세요
*소년가부[청상(뛰)]라고 짓지를 말고
새 처녀라고 짓고 가소

※ 팔자에 없는 장가를 들려고 하다가 신랑이 죽게 된다는 내용의 서사민요(敍事民謠)이다. 신랑이 사주(四柱)와 궁합(宮合)에 맞지 않는 결혼을 하기 위해 신부 집으로 가는 데, 불길한 짐승들이 방해를 한다. 그러나 억지를 부리면서 가는데 마침내 상객이 탄 말 다리가 부러진다. 초례청에 들어서자 신랑의 머리가 아파오고, 악귀를 물리치는 의식<=헛세>을 치르지만 신랑은 결국 죽고 만다. 혼례식도 올리지 못한 처녀는 소년과부[=청상(靑孀)]가 되고 말았다. 민간 신앙적 요소와 함께 결혼제도의 모순을(혼례식도 올리지 않았는데 과부가 된 신부) 보여 주는 민요다.